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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심판을 읽고 - 나는 무엇인가?

책의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주인공 아나톨이 천국에 있는 법정에서 그간 살아온 삶을 심판 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심판의 형벌은 환생 이다. 재판관 가브리엘, 검사 베르트랑 변호사 카롤린과 함께 주인공 아나톨이 심판과 함께 천국에 남을지, 환생을 할지 결정된다. 

 

환생이 형벌이라는것 부터 뭔가 특이하다는 걸 느꼈다. 보통 천상의 심판이라 함은 천국 혹은 지옥으로 갈리지 않는가, 환생이 형벌이라는 것은 마치 현생이 지옥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흠 현생이 지옥인가...? 아직은 내 인생이 살만한가 보다!

 

사실 이 책의 큰 줄거리와는 다르게 어떤 특이한 점에 꽃혀 자료를 계속 찾아보고, 친구와의 긴 토론을 하게 되었는데 바로 '나'란 무엇인가 이다. 소설에서 천상의 재판관 베르트랑은 마치 한 인간의 존재가 계속 연속되듯이 이야기한다. 아나톨의 전생, 모차르트의 전생 그리고 지금 모차르트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마치 한 인간의 존재가 정의된 것처럼 계속 그 인간이 그 인간인 것 처럼 이야기한다. 소설에선 아마 인간은 각자의 고유한 영혼이 있고, 그 영혼이 계속 환생하는 것 처럼 묘사한 걸 테다. 

 

영혼이 존재하는가? 영혼이 존재한다면 어디까지 영혼이 존재할까? 인간, 동물, 식물, 우주에도 영혼이 존재하는가? 영혼이 없으면 한 인간이 어떻게 고유해질 수 있는걸까. 그 인간의 뇌를 가지고 고유하다고 할 수 있을까. 생각,몸, DNA.... 혼자 생각을 하다가 DNA로 정의내릴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이 마저 아니라고 한다. 몸 안의 모든 세포의 DNA는 같지 않다고 한다. 그럼 진짜 내가 무엇인지 어떻게 정의내릴 수 있을까? 

그동안 살면서 다양한 경험을 고유하게 쌓아온 내가 나인가? 그럼 경험은 쌓여진 것인가 내가 쌓은 것인가? 그 경험이 나의 어디에 쌓여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럼 태어나서 자랄때까지 똑같은 경험을 한 사람은 똑같은 사람이라고 볼 수 있는건가?

 

각 인간의 각 개체를 어떻게 특정지을 수 있을까? 생각도 많이 해보고, 다양한 생각도 찾아보다가 가장 설득력 있는 말을 뜬금없이 불교의 단어에서 찾아버렸다. 바로 불교의 '무아'라는 단어이다. 사실 걍 이어지는 개념인 '나'는 없는거다. 매 순간 순간 존재하는 물질적 실체일 뿐이다. 바로 이 순간 있는게 나다. 연속되는 개념으로서 나는 없는거다...! 

하지만 현실세계에서는 주민번호와 인증서 등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가 많다. 개인정보 비식별 경진대회에서 배웠던 고유식별정보(주민등록번호, 여권번호, 운전면허번호) 등 국가에서 우리에게 번호를 매기고 이를 통해 우리는 식별된다. 

이 책의 천상에서도 각 영혼들에게 고유식별정보를 매겨 영혼들을 정의하고, 관리하고 있을테다. 하지만 사실 진짜 나는 없는거다. 그러니까 사실 이건 불가능한 거다..! ㅋㅋㅋㅋ

 

되게 이상한 곳에 핀트가 꽃혀서 계속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블로그의 글을 보고 가장 설득력 있는 답변을 받은 것 같아 잠정적으로는 이렇게 결론내리기로 했다. 매 순간순간의 '내'가 나이니까 매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