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무엇일까?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
남녀 간에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 또는 그런 일
사랑에는 다양한 정의가 있을 것이다. 사랑은 가장 흔하고 보편적이지만 가장 특별하고 복잡미묘하다. 사랑하는 상대방을 생각하기만 해도 기쁠 때가 있다. 반대로 사랑하는 상대방에게 화나는 감정이 들기도 한다. 사랑하는 상대방과 함께 있기만 해도 즐거울 때가 있지만, 사랑하는 상대방에게 슬픔을 느낄 수도 있다. 사랑에는 희로애락이 모두 있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너를 사랑하는 이유에는 외적인 조건(아름다움, 부유함)이 있을 수 있고 남을 배려하는, 생각하는 모습 등의 내적인 조건이 있을 수 있다. 또 조건뿐이 아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떠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은 보편적이지만 특별한 사랑의 감정에 대해 철학적인 사유를 이어 나간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사랑이란 무엇일까?
주인공은 파리에서 런던으로 가는 브리티시 항공에서 클로이를 만난다.
‘대화는 두서없이 이어져 나가면서 서로의 성격을 흘끔거릴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구불구불한 산악도로에서 잠깐씩 경치를 구경하는 것과 비슷했다.’
구불구불한 산악도로에서 잠깐씩 경치를 구경하는 것. 말 그대로 주인공은 기내에서의 이 짧은 시간 속에서 클로이의 단면만을 볼 수 밖에 없다. 사람이 살아온 기나긴 일생을 짧은 대화 속에서 완벽히 알아낼 수 있을까. 하지만 주인공이 사랑에 빠질 이유로는 충분했다. 그렇다 말 그대로 주인공은 급작스럽게 사랑에 빠진다.
비행기 옆자리에서 몇 마디 나눈 직후 ‘필생의 사랑’ 따위라는 이야기를 꺼내며 스스로 운명적 사랑이라는 최면을 건다. 주인공이 계산한 1/989.727이라는 확률이 완전 비논리적이진 않다. 하지만 그동안 옆을 스쳐 간 수많은 1/989.727의 사람들과는 달리 상대방이 클로이기 때문에 이 숫자가 특별하게 다가온 것일 테다.
‘사랑 내부의 관점에서는 삶의 우연적 성격을 목적성이라는 베일 뒤로 감춘다. 인생에 있는 그나마 얼마 안 되는 의미도 우리가 만들어낸 것일 뿐이며….’
라는 주인공의 독백을 통해서도 주인공이 이 점에 대해 어느 정도 시인한다.
어찌 됐든 주인공은 급작스럽게 사랑에 빠진다. 낭만적으로 시작한 주인공의 사랑은 결국 보편적이게도 희로애락이라는 감정을 가져온다. 주인공은 클로이와 마시멜로를 먹으며 기뻐하고, 클로이와 서로 싸우며 분노하고, 또 즐거움을 느끼고, 클로이가 떠나감에 슬퍼한다.
주인공이 클로이와 마시멜로를 먹으며 기뻐할 때 주인공은 자신의 감정을 ‘사랑’이라는 단어에 포장해 보내길 거부한다. 사랑, 헌신, 홀림이라는 평범한 단어로 사랑한다는 감정을 전하기를 거부한다. 마침 근처에 있던 마시멜로, 주인공은 우연히 근처에 있던 마시멜로를 보고 ‘나는 너를 마시멜로 한다’ 라고 클로이에게 사랑을 속삭인다. 보편적인 사랑의 감정이 특별해지는 순간이다. 나는 너를 마시멜로한다. 특별한 사람과 함께 둘만의 암호 따위를 공유하는 데서 오는 친밀감이 있다. 주인공은 클로이와 마시멜로라는 단어를 공유하면서 사랑을 느꼈을 것이다.
“너를 이런 식으로 미워할 수 있다는 게 기분 좋아. 네가 이것을 받아들이니까 마음이 놓여. 내가 너한테 꺼지라고 말하면 너는 나한테 뭘 집어던지기는 하지만 떠나지는 않거든. 그게 안심이 돼.”
‘우리는 서로의 생존 능력을 시험하고 싶었다. 서로 파괴하려고 해보았자 소용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우리가 안전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터였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굉장히 신선했다. 분노에서도 사랑을 느끼는 듯한 이 문장은 어쩌면 클로이와 주인공의 사랑을 좀 더 특별하게 만든다. 동시에 공감은 되지 않았다. 이것이 사랑의 특수성이 아닐까.
책의 마지막 부분에 클로이의 사랑이 먼저 식고 주인공은 이것을 눈치챈다.
‘일단 한쪽이 관심을 잃기 시작하면, 다른 한쪽에서 그 과정을 막기 위하여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이처럼 슬픈 말이 있을까 한쪽이 사랑을 놓지 못했을 때 사랑은 더없는 슬픔을 가져다줄 것이다. 사랑이 시작하기 전에 단방향의 사랑은 설렘을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사랑이 끝나갈 즈음에 단방향의 사랑은 끝없는 슬픔을 선사한다. 가능성의 차이다. 내가 무엇을 해도 붙잡을 수 없는 상황에선 사랑은 슬프고 힘든 일일 뿐이다.
결국 주인공은 헤어진다. 클로이와 헤어진 상실감에 주인공은 생을 마감하려 한다. 죽음을 통해서만 사랑의 중요성과 불멸을 주장할 수 있다는 등의 헛소리를 하며, 클로이가 아니면 죽음을 택할 것 같던 주인공은 결국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공감이 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공감이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아마 사람마다 사랑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을 마라탕에 비유할 수도 있겠다. 전체적인 맛은 비슷하지만서도 넣는 토핑에 따라 자기만의 특별한 마라탕이 될 수 있다. 누군가 사랑이 무엇인가요 하고 물었을 때 사전에 나와있는 보편적인 정의를 답 할 수 있겠지만. 사랑은 특별함이라는 성질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랑을 단순하게 정의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것은 사랑에 빠지는 이유 즉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지도 마찬가지다. 사람마다 정의한 사랑이 다르다면 그것에 빠지는 이유도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이유’는 정의할 수 있지만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이유’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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